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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와 라미누나
: 라미 누나 일상

제주도 여행 : 한라산 등반

by 라미누나 2021. 12. 1.

사실 제주도에 다녀온지는 꾀나 오래되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제주도 다녀온지도 꽤 되었고, 지리산이라는 드라마를 조금씩 보고 있는데, 산타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 그런지 갑자기 내가 한라산에 갔을 때의 추억팔이를 한번 해보고 싶어 졌달까...ㅎ

 

여튼그래서 한번 글 써보는 김에 나도 추억여행이나 한번 해볼까 싶어 ㅎㅎ 올리게 되었다.

 

한라산은 18.3.25에 다녀왔고, 비록 4월에 가까운 3월이지만, 한라산은 아직 눈이 있고 춥다고 해서 완전 중무장에 아이젠까지 챙겨서 올라가게 되었다.

 

당시 이직 준비 중이어서 마음이 붕~~ 뜨고 있던 중이었는데, 한라산을 올라갔다 오면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펴니 끌고 데리고 가게 되었다 ㅋ.ㅋ.ㅋ

 

제주도 2박 3일 일정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겠다 싶어

첫날에 제주도 도착해서 한숨 돌린 후에 일찍 자고, 다음날 새벽 3시 30에 일어나서 4시에 한라산으로 출발했다.

주차장에 차가 5~6대 정도 있었고, 그래도 조금 일찍 도착한 편인 것 같았다.

입구 옆쪽에 김밥 등을 팔길래 김밥을 하나 사서 출발했다.

 

아, 참고로 당연히 산을 원래 즐겨 오르던 사람도 아니고, 쌩 초보라서 성판악 코스로 등반했다.

 

초반은 너무 신나고 좋았다 ㅋㅋㅋㅋ

눈에 덮인 산을 보는 것도 좋았고, 듣던 데로 성판악 코스가 크게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라산 탐방로 안내. 이때까진 좋았지..

 

 

오길 잘했다 생각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풍경도 보면서~ 사부작사부작 걸어갔다.

 

 

 

 

그리고 슬슬 숨이 차고, 말이 없어지고.....

급격히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정인의 오르막길 노래가 귀에서 계속 맴돌았다....

 

우리보다 늦게 오신 분들이 우리를 앞질러 가기도 하고, 

할머니분들도 잘만 올라가시던데.. ㅎ

심지어 어떤 외국인은 반팔 반바지 차림에 올라가기도 했다.... 심지어 쪼리 신고 올라가시는 분도 계시던데^^:; 

(아, 그리고 의외로 커플로 등산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ㅎㅎ )

 

다치지 않고 올라가는 게 중요한 거니까~~ 하면서 정신 승리하고

우리 속도로 조금씩 조금씩 올라갔다.

 

 

진달래밭 대피소는 대체 언제 나오는거야....ㅁ...

 

탐방로 안내문을 보고 내가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체크하고, '그래도 조금 더 걸어왔네' 하고

다시 심호흡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도착했던 진달래밭 대피소

이때 대피소에서 머물렀던 사진이 없다 ㅎ..

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정상으로 가고 싶었기에, 한 10분 정도 쉬다가 다시 바로 올라갔다.

너무 오래 쉬면 올라가기 너무 힘들어질 거 같았다 ㅠ

 

여하튼 진달래밭 대피소 이후, 정상으로 가는 길이 진짜 ㅎㅎㅎㅎㅎ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할많하않)

약간 다 와간다는 희망으로 즐겁게 올라갔는데 

일단, 계단 지옥이다..... ㅎ

경사도 이 전에 걸어왔던 코스들과는 완전~~ 다르다.

갑자기 난이도 급 상승한 느낌 ㅠㅠ

진짜 백록담에 다가갈수록 계단은 더 많아지고.. 진짜 힘들었다 ㅎ

내가 너무 쉽게 봤구나.. 생각도 들고... ㅋㅋ 

 

그래도 올라갈수록 저 위에 산 정상이 보이는 것 같아 힘을 내어 계속해서 걸었다.

 

한라산 정상이 눈에 보인다...>!!!>!>

 

너무 힘들다 싶을 땐, 계단에 잠시 멈춰 서서 주위 풍경도 보고, 뒤돌아서 내가 걸어왔던 길도 보면서 

다시는 오지 못할 곳이니.. ㅎ 눈에 맘껏 담자!! 는 생각으로 숨을 골랐다.

 

눈에 담고싶었던 한라산 풍경

 

 

그리고 마침내 도착 ㅠㅜ

등반까지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예상 시간보다는 빨리 올라왔다! 

 

백록담이 날씨에 따라 볼 수도 있고, 아예 못 볼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아~주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크~~내가 이 백록담 보려고 왔지 ㅠㅠㅠ

진짜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하는 풍경.. ㅠㅠ 

정말 장관이었다. 눈이 쌓여있어서 그런지 더 멋있었고, 다른 계절에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보았다.

( 나는 다시 가지 않을 테지만............ㅎ )

 

백록담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챙겨 왔던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다.

진짜 얼마나 맛있던지... 눈물 날 뻔 ㅎ

그리고 우리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니 스멀스멀 까마귀가 근처로 오는데... 

 

와 진짜 무서웠다ㅋㅋ

 

까마귀가 진짜 크다.

 

음식 안 내놓으면 당장이라도 쪼아버릴 듯이 쳐다보는 거 같았다... 약간 일진 까마귀 너낌쓰..

너무 무서워서 엄청 빨리 흡입하고 치워버렸다 ㅎ ( 새 눈치 보는건 처음... ) 

 

시간이 지나니, 등산객들이 더 많이 올라왔고 사진 스폿(?)에서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등반 인증샷은 여기에서

 

그리고 나는 이제, 정말 기쁜 마음으로 흥얼흥얼 거리면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하기 20분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그 후부터는 등산하는 것보다 더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산 올라가는건 그냥 힘들었을 뿐이지, 어디가 아프지는 않았었는데 .. ㅠㅠ 

하산하니까 바로 몸이 아파버린다 ㅎ

 

원래 운동을 자주 하던 편도 아니고, 기초체력이 좋은 편도 아닌 내가

한라산을 오르는 것이 관절에 무리였는지, 계단을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더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쌓여있던 눈이, 12시가 넘어가면서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등산할 때는 분명히 눈이었던 길이 ( 뽀도독 소리 나던, 아이젠을 끼고 등반했던 그 길이! )

질퍽이는 진흙길이 되어있었다. 물 웅덩이도 많이 생겨있고..

여하튼 덕분에 하산하기 더 힘든 길이 되어버렸다

 

최대한 무릎에 무리가 덜 가도록 사선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등산스틱이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ㅠㅠ

 

그렇게 힘들게 내려오다, 출구!! 우리가 주차했던 주차장이 보이는데

와 정말 새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등산하는데 4시간, 하산하는데 6시간 30분 걸렸다 ㅠㅠㅠㅠㅠ 눈물날뻔....

 

이때 확실히 알았다. 등산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든게 맞구나 ... ㅠㅠ

 

그리고 차를 탔는데....

차에 못 탈뻔했다

무릎이 안 굽혀져서 ^.^ ㅎㅎㅎㅎ

남펴니도 무릎, 다리 다 아프다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은 운전을 어떻게 해서 숙소로 돌아갔나 싶다.

대단해 ㅎㅎㅎㅎ

으억 드디어 출구 ㅠㅠ / 지진 남펴니의 뒷모습

 

그리고 이날 이후, 난 무릎을 잃었다 ^^ ㅎㅎㅎㅎㅎ

 

다음날 마지막 제주도 일정으로 여러 관광지를 계획했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 겨우 1군데만 둘러보고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리고 대구 도착하자마자 정형외과 가서 약 지어먹었다는.....^^

 

다행히 염증약을 처방받아먹으니, 금세 괜찮아졌지만

그 이후로 급격한 내리막을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프고, 비가 오는 날에는 꼭 ~ 그렇게 무릎이 시린다 ㅋㅋㅋㅋㅋ

무릎에서 우두둑하는 소리도 나고.... 

 

한라산 훈장이라 생각한다..ㅋㅋㅋㅋㅋㅋ 또 한 번의 정신승리

 

한라산 올라갈 계획 중인 분들은, 미리 운동도 조금 하고 가셔서 나중에 덜 힘드셨으면 좋겠다 ㅎ

아,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등산복/등산화는 필수!  ㅎㅎ

 

 

사람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몰라서 

또 언제는 다시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ㅎㅎㅎ 눈으로 보고,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 특히나 헉헉되면서 산 올라가는 동영상을 보면.,..... 그때 그 느낌이 아직도 ㅋㅋㅋ 생생... ) 

 

 

얼른 코로나로부터 좀 자유로워져, 다시 한번 제주도를 느낄 수 있을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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